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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from 축구 2010. 6. 16. 11:50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대세는 왜 어눌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하지?" 유창하게 잘 하는 일본어를 냅두고...
그는 어눌한 한국말(정확히 조선어겠지만)로 인터뷰를 한다. "가슴에 인공기를 달았으니까", "본인이 북한 국적을 선택했으니" 하는 대답들이 돌아오겠지만, 그렇다면, 그것 조차도 왜?, 어째서 정대세는 일본도 한국도 아닌 북한을 선택했을까? 라는 물음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덧붙여, 남과 북,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년이 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등을 떠밀려 원하지도 않는 국적을 선택 할 수도 있지만, 안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말해주고 싶다. 결국 뭐가 어찌되었건 위와 같은 질문에는 여러 반응과 답변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 정대세는 조선어를 할까?"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때, 단순히 현상만을 바라보며 답을 내는 것이 보다 쉽고, 그 이면에 숨은 연유와 과정을 살피는 것은 훨씬 더 어렵고 고차원적인 일이다.

 단순한 가정을 하나 해보자.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한국의 젊은이가 방학을 맞아 도쿄에 놀러가 오모테산도를 거닌다. 눈이 휘둥굴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 하다. 보는 것마다 새롭고 모두다 갖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 한다!
 
 깔끔하고 말쑥한 거리, 속내야 어떻던 친절한 일본인들, 정갈한 음식 그리고 모든 남자들이 공감하는 흐뭇한 그 것의 종주국(?)이자 천국인 일본. 우리야 우리대로 일본이 후진 이유를 찾지만, 명확히 객관화 된 기준하에 일본의 동경, 오모테산도 거리가 한국의 그 어느 곳보다 후질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일본의 젊은이가 방학을 맞아 서울을 찾는다. 청담동의 어느 동네인가 거리인가를 거닌다고 치자. 환율 덕택에 정말 많은 것들이 만만히 보일 테다. 장담하건데 서울은 그에게 신나는 도시일 테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것들은 생애 유래없는 황홀경에다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는 그런 환상적 체험이라기 보단, 우리가 서울보다 한 수 아래의 도시를 찾아 평소 누리지 못하던걸 누리며 기뻐하는 그런 부류의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선 값 싼 물가에 신나 좋고, 간간히 신기한 것들이 보여 재밌고, 놀라운 것이 가득한 서울 투어가 될 테다. 그러나.. 전반에 걸쳐 "무지 무조건 다 좋은 서울!!"이 아닌 예상보단 좋은 것들이 즐비하던 서울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여담으로 평양에서 나고 자란 북한 젊은이는 도쿄든, 서울이든 어느곳이 되었건 간, 정말 새로운 세상으로 보일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기묘한 신세계, 눈이 희번덕하게 뒤집혀서, 정말 자지러질 세상이 젖과 꿀이 흐르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 도시 - 서울과 도쿄가 될테다.

 정대세는 과연 어떤 젊은이 일까? 앞서 말한 부류 중 어느 축에 끼게 될까? 우리는 단지 그가 재일교포로써 흔히 말하는 '자이니치'의 설움이나, 아픔 정도를 겪었을 거라고 예상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은 함부로 속단키 힘들다. 그는 분명 20살이 지나 성인이 되었을때, 그의 국적을 선택 해야했다. (참고로 그의 친형인 '정이세'는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고 현재 내셔널리그 노원 험멜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그는 "북조선 인민 공화국"의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현재 그의 커리어로 볼 때, 일본이나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승선할 실력은 안돼고 비교적 국대행이 수월한 북한을 택했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 굶주림과 시뻘건 선동구호들 그리고 무한반복 주입되는 주체사상에 찌든 평양의 한 젊은이가 있다. 그리고 이 젊은 청년이 한국이나 일본 국적을 취득해 오늘날의 신문물을 누린다면 아주 상식적이고 100% 공감가며 이해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그러나, 수긍하기 싫지만 세계인이 인정하는 최고의 선진 문화 왕국인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정대세 선수가 북조선의 국적을 선택하고, 인공기를 가슴팍에 달고나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건 어째서 일까? 비단, 한치 두치 건너 세치 쯤 되는 두뇌의 사고 과정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복잡 다단한 무언가가 그 속안에 있으리라.. 머릿 속엔 많은 생각이 있고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고 강한 '신념'을 지닌 사내 이기에 그가 어제 그 무대에서 그랬고 인터뷰 마다 어눌하고 서툰 조선어로 말하고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주말이면 번화가 클럽에 나가 DJ로 변신, 음악을 틀고, 가죽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를 운운하는 정대세 선수, 꾸준히 본인의 블로그에 장문의 에세이를 연재하며, 박지성 선수와 함께 등장하는 바카스CF에 감개무량해 하던 그. 44년만에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본인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주루룩 흐르는 눈물과 함께 맞이한 그가 과연 우리에게 전하고 싶던 이야긴 무엇일까?

 통일이 되면, 아니 왕래와 북조선인민들과의 교재가 자유로워지면, 한사코 이 동갑내기 친구에게 달려가 내가 궁굼했던 것을 묻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나눠보고 싶은 작은 꿈을 꾸어본다. 정대세 선수가, 그 사내의 눈물이 나는 너무 좋다. 그 눈물을 짭쪼름하면서도 달달한 So sweet~ 한 맛이 났을것 같다.
 

  -한편 정대세는 자신이 브라질전에서 흘린 눈물로 인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고백했다. "워낙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가 주신다면 영광이다. 국가가 흐르자 내 축구인생의 어려웠던 시절들이 특히 생생하게 떠올라서 더 통곡을 하게된 것 같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더 이상 축구선수를 할 수 없을 지도 몰라 불안했던 시절이나, 축구선수로서 벽에 부딪혔던 순간들이 떠올라 감정이 복받쳤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대성통곡한 것 아니냐'는 반문에는 "이런 사나이가 한 명쯤 있어도 좋지 않습니까"라며 밝게 웃었다.

 또 차범근 감독이 "분데스리가 한 팀이 정대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도 "오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관심만으론 안 된다.(웃음)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이 그저 신경쓰이는 단계에 있으면 그 이상의 진전이 없다. 어떤 팀이든지 관심은 많이 가질 수 있지만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솔직담백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 "박주영-정대세 투 톱이 서는 팀에서 뛰어보고 싶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너무, 너무 뛰어보고 싶습니다"고 주저하지 않던 정대세. 남과 북의 선수들 이름을 주요 포지션에 섞어 조합해 보며 '환상의 팀'이 나올 것 같다고 함께 웃었다.

스포탈 코리아 인터뷰 전문 - 원문 기사 보기

 대통령 각하..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월드컵축구 조별리그에서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에 1-2로 패한 것에 대해 “북한이 2-1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라는 기사가 났던데.. 서울 시장 당시, 서울 시청 팀 없앤게 당신인거 잊지않고 있어요. 제발 축구 이야기는 하덜덜 마세요. 게다가 북한 관련해서 축구 이야기라니.. 말이 나오는대로 다 뱉는거 아니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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