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이번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조선일보"를 욕하진 않을께요. 좋은 인터뷰'에 해당되는 글 1건

  1. [스포츠 조선-단독 인터뷰] "청계산의 마스크맨, 이천수" 2010.06.17




  남아공월드컵이 한창인데 우리에게 낯익은 한 명의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영웅 거스 히딩크로부터 최고의 축구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1부 클럽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선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꽂아 넣어 한국의 원정 첫 승 발판을 놨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천수(29). 허정무호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를 격파하고 진군 중인 지금 그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스포츠조선은 월드컵의 대표 아이콘이면서도 막상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지금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이천수의 행방을 한 달여 전부터 수소문해 왔다. 긴 설득 끝에 어렵게 15일 서울 모처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천수 측은 기자가 만나자고 제안할 때마다 "지금 제 입장에서 뭘 얘기할 게 있습니까.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 나름 준비를 했는데 뽑히지 못했으니까 조용히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올해 나이 29세. 현재 그는 무적 선수다. 

  이천수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있었다. 지난 3월말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돌아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뒤 약 3개월 만이었다. 당시 이천수는 알 나스르가 주기로 한 약 8억원의 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충격을 던졌었다. 이후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착실하게 개인훈련을 하면서 자신을 받아줄 팀을 물색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표정이 밝았고, 얼굴에 살이 붙어있지 않았다. 몸을 잘 만들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화사한 핑크색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뿔테 안경도 썼다. 이천수와의 인터뷰는 장소를 옮겨가며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얼굴이 좋은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주위 사람들이 절 보고 '청계산 마스크맨'이라고 부릅니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새벽에 청계산에 올라갑니다. 거의 새벽 5시에 뛰어올라갔다가 내려오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조금 늦으면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마스크를 쓰는데 그래도 다들 알아보시고 왜 여기 있느냐고 안타까워하세요. 남아공에 있어야 할 이천수씨가 왜 이러고 있냐고요. 그럴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음 월드컵 때에는 꼭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합니다.

 -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나.

 ▶축구 훈련은 혼자 할 수 없어 학교 선배가 감독으로 있는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선배 감독 형님이 제 처지를 보고 함께 하자고 해서 가서 볼 차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제가 프리킥 차는 걸 보고 너무 신기하다고 해요.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그냥은 안 된다고 말해줍니다. 제가 저만의 프리킥을 체득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그냥은 안 되지요.(웃음)

 -지금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동안 제가 잘못한 부분은 제가 책임집니다. 정신차려야지요. 깨달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 내가 너무 최고가 되려고 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팀에 꼭 필요가 선수가 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다음 월드컵에는 현장에 있을 겁니다. 앞으로 4년, 정말 멋지게 볼을 차고 마무리해야지요.

-남아공월드컵 경기를 보는 심정이 어떤가.

 ▶처음에는 힘들더라고요.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는 홀가분해졌습니다. 아, 지금까지 너무 잘 나갔구나. 그래 이번에는 잘 안 됐지만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 될 4년 후 월드컵에선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축구팬의 입장으로 한국-그리스전도 보고 제가 보고 싶은 경기 다 봅니다. 사람들 많은데 가서 단체 응원도 하고 싶은데 차마 그건 못하겠더라고요. 집에서 축구하는 친구 한 명과 같이 봅니다.

 -한국-그리스전을 본 느낌은.

 ▶우리 선수들 너무 잘 했습니다. 그리스는 제가 출전했던 2007년 2월 친선경기때보다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럽 특유의 힘이 없었습니다. 대학 후배 김정우가 중원에서 너무 잘 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상대 공격의 맥을 잘 끊었습니다.

 -박지성의 골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성이 형의 골은 결코 쉽지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지성이 형은 세계 최고 클럽에서 루니 같은 선수들과 훈련하다 보니까 계속 기량이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무슨 얘기를 해주나.

 ▶월드컵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이렇게 있으니까 부모님이 가슴 속으로 답답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한테 뭐라고 하시진 않아요. 어머니는 저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며 오히려 좋아하세요. 지금까지 계속 외국과 구단에서 생활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이천수는 인터뷰 내내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금전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던 알 나스르와도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독일 에이전트가 미수금 문제를 풀고 있다. 조만간 뛸 팀도 정해질 것이라는게 국내 에이전트들의 예상이다.

 이천수에게 그동안의 월드컵 경험과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보는 생각을 스포츠조선 독자들에게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스포츠조선은 이천수의 얘기들을 시리즈로 풀어낼 예정이다.

 < 노주환 nogoon@sportschosun.com, 이 건 기자 bbadagun@>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축구 화이팅!  (2) 2010.07.20
존 듀어든 형님! 바램대로 이루소서!  (2) 2010.06.22
남자의 눈물.  (4) 2010.06.16
yimmyyayo를 따라..  (0) 2010.06.01
레알의 레알이 된 당신 - 무리뉴!  (2) 2010.05.27
,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