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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2 2 2009.05.14

안녕2

from 끄적끄적 2009. 5. 14. 16:03

이 자리를 빌어 하나 약속을 하려고요.
천안에 가서 묘소라도 꼭 찾아 뵐겁니다.

군 생활이라는 걸 저는 잘 못했습니다. '군대따위는 다녀오지도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뭐 핑계 마냥 몇 마디 덧붙이자면, 군생활을 잘 한게 무엇인지, 정말 잘 한 사람이 있긴 한지
만약 누구 한분이라도 잘한 분이 계시다면 좀 알고 싶습니다, 어느 분들인지;

하여튼, 뭐 저렇게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도 염치가 없게도 
저 역시 똑같은 2년을 지냈다고 말 할께요. 또 꼭같은 단계도 밟았다고 하겠습니다.
자대배치 가는 길에 자장면도 허겁지겁 먹었고 백일 휴가 땐 롯데월드도 갔습니다.
상병을 달 즈음해선 여친님과의 다툼도 있었고 위기도, 극복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샘터"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이 포스팅은 이 두권의 책으로 부터 입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장르 구분없이 다양한 책들을,
각각의 짧막한 엣세이 글형식을 빌어 소개 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찬연하고 찬란한 명쾌 장쾌한 글발 같은 것으로
다채로운 색조의 글귀를 어우러내지 않았었습니다.

그저 [충만한 감성]이라는 본인의 단촐한 장기(長技)로
독자들이 문학이라는 것의 허울을 벗겨내어 보다 친근해 지게끔 하고
소개되는 책들을 찾아 일게끔 만들곤 했습니다.
그 덕에 전 그저 본연의 저라면 읽지도 않았을 법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던가 '분노의 포도' 같은 책도 읽었습니다.

"샘터"는 "좋은생각"과 그 분류를 함께하는 '교양지' 입니다.
감동적인 일상 속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월간지죠.
그리고 그 한켠에는 '새벽 창가에서'라는 작은 코너가 있었습니다.
한 대학 강단의 교수 분이 이곳에 글을 연재 하셨었는데요.
이 분 매회마다 어찌 그리 [풍부한 감수성 깃든 글녁]들을 
그 자그마한 공간에 흩어 남겨 주시는지...

방긋 웃는, 웃음조 글들을 남기실 땐 읽는 나도 따라 덩실 
귓가에서 퍼져나온 미소가 눈가와 콧녘까지 번져 실룩거리게 되고 
애잔한 글이 실릴때면 가슴 절절이를 너머 심장팍까지 그 애린 마음이 와닿아 
굵은 눈물 방울 또옥 또옥 떨구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실리곤 했었습니다.

이 두권의 책이 없었더라면 제가 아는 전 여리고 서린 녀석이라 
아마 2년 군생활을 무사히 해 낼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자살은 아니겠지만서도 중박 이상가는 사고 하나는 치지 않았을까...
2년이란 군생활을 안녕케 한 공훈과 수훈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샘터, 새벽 창가에서"에 있다고, 이 두권 책의 공로가 크다고
분명히 생각코 있고 그만큼 소중히 여겨 귀히 지니고 간직코 있습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저자는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님 입니다.
"샘터, 새벽 창가에서"에 매달 연재글을 올리던 분 역시 장영희 교수님 입니다.
그리고 불과 몇 일 전인 5월 9일 장영희 교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상반되게도,
너무나 건강하고 건전한 밝고 환한 기분과 기운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항시 건강친 않으셨습니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으며 
두어번 건강상의 이유로 글쓰기를 중단 하셨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병마를 털고 일어나 <생일>이나 <축복>같은 책으로 
우리 곁에 다시금 돌아오시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년 호주에서 지내다 잠시 한국에 나왔을때 "샘터" 08년도 5월호에
"건강이 악화되어 글쓰기를 잠시 쉽니다. 언제나 그랬듯 건강해져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명확히 적어두셨던 글귀를 전 기억합니다. 전에 싸워 이겼다고 생각한 유방 암이 척추 부위로 전이되어
재발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그 시점에 펜을 내려 놓고 투병 생활을 시작...
불과 몇 일 전까지 그 세포들과 싸우다 교수님은 9일 기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한번도 제가 직접 말을 건내고 통성명을 나눈 적도 없지만 
전 항상 교수님 주위를 멤돌았고 교수님은 항상 제 주변에 계셨습니다.
군생활을 지나서도 교수님이 세상에 내어놓는 글들은 모두 제게 희망의 결작체 같은 것이었습니다.
작가란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야기부터
서강학보사에 잘못 실린 엄재석이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까지..
교수님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괜찮다 도닥이며
이상향을 발한 움직임에 항시 기운을 보태는 소중한 존재셨는데
하나님은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신다는 당신의 이야기가 꼭 맞게 떨어진건지 교수님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서강대에 편입해 어떻게든 교수님 수업을 듣어보는게 제 작은 바람이었습니다.
교수님 글들로 인해 제가 얼마나 희망얻고 새힘얻어 살아가는지 소소한것까지 자랑하고 나눌
즐거운 시간들을 꿈꿔도 봤습니다. 이제 제가 천국에 찾아나뵈야 나눌 교재가 되겠군요.
우리킴이 그곳에 언제 가게될지 기약할 수 없으니 우선
 
이 자리를 빌어 하나 약속을 하려고요.
천안에 가서 묘소라도 꼭 찾아 뵙겠습니다.

메스컴이 근래 들어 매번 헛소리만 지져귀는데 교수님 가신 길엔 옳은 말들 하더군요.
당신은 떠났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던
 희망이니 소망이니 하는 원대하고 강인한 훌륭한 것들은 세상에 남았다고...
이러한 것들이 남았습니다. 교수님.
교수님이 이러한 것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제가 바통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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